본편 시안
별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천상의 서고와 금빛으로 떠오르는 기록들

인간이 잠든 밤에도,

잠들지 않는 곳이 있었다.

서공 · 첫 번째 이야기

신이
내려온 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내일이, 책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그날 밤, 기록을 지키던 신이 인간을 찾아왔다.

옅은 선율과 함께, 서공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天

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의 서고에 한 권의 책이 놓인다.

첫 장에는 타고난 기질이 적히고,
살아온 날마다 그 뒤에 기록이 쌓였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은, 여러 갈래의 길로 남아 있었다.

그 모든 가능성을 지키는 신.
그의 이름이 서공이었다.

천상의 서고에서 붓을 들어 인간의 삶을 기록하는 서공의 옆모습
一 · 기록을 지키는 신

수천 번의 계절이 지나도록,

그는 인간에게 남은 길을 지켰다.

기록자에게는 한 가지 금기가 있었다.

“길을 알려주되,
선택을 대신하지 말 것.”

서공은 오랫동안 그 말을,
멀리서 지켜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비 오는 늦은 밤 작은 책상 앞에 홀로 앉아 고개를 숙인 한 사람
二 · 사라지는 내일
“몇 번을 해도 안 되네.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 봐.”

그는 다시 써보려던 지원서를 덮었다.
그 순간, 책 속의 갈림길 하나가 희미해졌다.

한 권만이 아니었다.
서고 곳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실패가 한 사람의 결말이 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볼 여유조차 남지 않은 채.

금빛 먹 한 방울이 떨어지기 직전 천명록 위에서 멈춰 선 서공의 붓끝
서공은 빈자리에 붓을 댔다.
그러나 글자는 남지 않았다.

천명록은 삶을 비추는 책이었다.

책에 길을 그린다고,
삶에 길이 생기지는 않았다.

무엇에 지쳤는지, 어디에서 자꾸 막혔는지.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달리할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들려주어야 했다.

기록을 읽어주는 일과 선택을 대신하는 일은 달랐다.
서공은 처음으로 붓을 내려놓았다.

지난 장에는 다른 기록도 남아 있었다.
남들이 놓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한 날.
도움을 청하지 못해 혼자 밤을 새운 날.
서공은 그가 자신을 탓하던 문장 앞에서 멈췄다.

서공 書公
천명록을 품은 서공이 구름을 가르는 황금 계단을 따라 인간의 불빛으로 내려가는 뒷모습
三 · 기록자의 책무

그날 밤,

신은
하늘을 떠났다.

자신이 실패한 날만 기억하는 이에게,

그가 잘해 온 일과, 달리해 볼 선택을 들려주기 위해.

人

서공은 인간계에 서고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잘 버틴 날도, 자꾸 어긋난 선택도
한 장씩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서공은 기록에서 보이는 길을 설명했다.
어느 길로 갈지는 찾아온 사람의 몫으로 남겼다.

그리고 오늘,
물어볼 말을 품은 네가 그 문 앞에 섰다.

따뜻한 등불 아래 독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내미는 서공
四 · 처음 마주한 얼굴

네가 문 앞에 멈추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빈자리를 가리켰다.

서공 書公
서공에게 묻는다

서공이 책을 네 앞으로 밀었다.

그의 손끝이 첫 장을 펼치자,
종이 위로 금빛 글자가 떠올랐다.

서공의 두 손 사이로 천명록이 펼쳐지고 종이 위에서 금빛 별자리의 선들이 떠오르는 모습
五 · 천명록의 첫 장
하늘의 기록이, 너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天命錄

천 명 록

서공 書公

이제, 네 이야기를 들려다오.

첫 장 무료가입 없이 체험